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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즐거움/카메라

불편한, 그러나 감성적인: Sigma_DP

 

 

 

'괴물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카메라'

 

 

카메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캐논의 DSLR카메라였다. 비싸보이는 것이 좋았던 시절, 캐논의 보급기인 400D를 남대문 어디에선가 구매하고 크롭바디에 최적화된 렌즈 및 오두막과 각종 L렌즈들을 껴가며... 사진을 찍다보니, 내가 사진을 찍는건지 의무감에 사진을 찍는건지 알 수 없게 된 때 미러리스 카메라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파나소닉의 미러리스에 감탄스러웠던 바, (휴대성과 100%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보장되는 화질) 조금 아쉬운 부분은 DSLR로 채우고자 하였으나, 장농속에 들어가있기를 두 달여.. 그 때 알게된 것이 바로 이 시그마 DP시리즈이다.

 

포베온이라는 아주 경이로운 센서를 가지고 극강의 화질을 뽐내는 놈인데.. 다른브랜드들이 엄청난 스펙으로 무장하는 데 반해.. 사람에 따라 불편하기 그지 없는 카메라일 수도 있다.

 

렌즈교체식이 아니라 미러리스라고 불리기에는 뭐하고, 그렇다고 똑딱이와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물을 보이므로.. 이 카메라는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불리는게 맞는 것 같다. DSLR급의, 아니 때에 따라서 더 극강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DP시리즈의 화각'

 

DP시리즈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DP1, DP2 로 나뉘어 지고, 버젼업에 따라 DPs, DPx 등으로 더 분화된다.

 

DP1의 화각은 35mm 기준 24mm광각, DP2의 화각은 41mm 의 표준화각이다. 따라서 DP1의 경우는 풍경용, DP2의 경우는 스냅용으로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DP시리즈는 극악의 노이즈와 바디성능때문에 실내에서는 쓸 수가 없는 바디이다.. ISO감도 200을 넘어서면 이미 포베온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DP2의 경우에는 약간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조리개 성능이 DP1이 F/4.0, DP2가 F/2,8 이므로 밝은렌즈라, 실내사진도 낮에는 어느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또AF문제가 있기는 하다.... 바디 후지다 후져)

 

 

스펙을 잠깐 보면, (DP2기준. 화각빼고는 거의 비슷함)

 

 

ISO 감도는 3200까지로 나와있지만... 3200감도를 쓰고 결과물을 본다면 아마 카메라를 던져버릴지도 모른다. 아. 흑백이라면 3200감도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노이즈 아무 엄청나게 낀 흑백사진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별매인 뷰파인더 및 어댑터 등등 여러가지가 옵션으로 있다. 접사렌즈, 플래쉬, 뷰파인더 등은 꽤 쓸만하다. 뷰파인더는 광학식이며 그에 따른 위상차로 인해 조금 보이는 화각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지만 주광하에 찍을일이 많은 카메라이므로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간지도 조금 더 나보이고.

 

 


 

 

주광하에서만 (거의) 사용가능하고 af성능도 요즘기기들에 비해서 꽝이고, 감도또한 200이상 쓸 수 없는 이 카메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다음 3가지가 주요 요인이라고 하겠다.

 

1. 클래식한 디자인

2. DSLR 풀프레임 뺨치는 화질

3. SPP (Sigma Photo Pro)

 

 

 

' 클래식한 디자인 '

 

 

 

 

 

 

 

 

 

' DSLR 뺨치는 화질'

 

똑딱이 사이즈의 카메라인 시그마에서 풀프레임 DSLR을 뺨 후려 갈기는 화질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포베온이라는 괴물센서 때문이다.  베이어3중으로 구성된 독특한 방식으로 색을 걸러내는 이 스타일은 바로 포베온만이 가진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포베온 센서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내는 업체가 한국에 있다고 한다!)

 

이 센서의 능력치를 잘 알아볼 수 있으려면 SPP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면 되는데, 채도에 따라 색상표현이 엄청나게 다양하게 가능하다. 그리고 색상이 왠지모르게 다른 카메라들보다 진득하다. 파나소닉처럼 쨍한것도 아니며 후지처럼 소프트하지도 않으며 라이카처럼 진득하나 좀 틀린 맛이다.

 

라이카가 사실적인 진득함이라면 시그마는 약간 따뜻한 느낌으로 진득하다. 수채화 혹은 파스텔톤의 느낌이랄까.

 

 

 

' 시그마 포토 편집 프로그램 SPP'

 

포베온의 센서와 더불어, 시그마의 포맷방식인 X3F (RAW형식의 시그마전용파일포맷) 를 다루는 SPP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또한 포베온의 맛을 내기가 힘들다. 이 보정프로그램을 거쳐야 진정한 포베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법. 시그마는  JPG로 찍으면 사실 똑딱이 수준의 결과물밖에 안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SPP는 여타 보정프로그램 (라이트룸이나 카메라 로우같은..) 보다 10배는 다루기 쉽니다. 인터페이스가 아주 직관적이다. 그냥 X3F파일을 불러다놓고 아래 항목만 조정하면 된다. 관용도가 매우 높아서 원본의 손상은 없이 보정이 가능한 매우 편리한,  DP시리즈를 괴물로 만들어주는 한 축이다.

 

1. 노출

2. 콘트라스트

3. 섀도우

4. 하이라이트

5. 채도

6. 샤프니스

 

그 외 노이즈리덕션이라던가 컬러조정이 있으나, 나같은 경우는 노이즈 끼는 상황에서는 아예 DP를 쓰지 않으므로 Pass.

 

 

 


 

' DP로 담은 사진들'

 

 

 

 

 

 

 

 

 

 

 

 

 

 

 

 

 

 

 

 

 

 

 


 

 

'감성카메라'

 

 

사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카메라이다. ISO감도12600 에서도 노이즈가 별로 보이지 않는 카메라들이 즐비한 요즘 시대에 분명 이 시그마는 오래된 헌 책같은 카메라이다.

 

느린 AF 와 느린 로딩속도, 그리고 조악한 LCD 및 주광하에서만 사용가능한 감도 등등.. 이 카메라는 분명 사진을 막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고자 하는 그러한 유저들에게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는 카메라이다.

 

하지만 한장한장 생각을 담고자 할 때, 사진과 함께 이 순간의 느낌을 영원히 담고자 하는 생각으로 한장한장 생각하며 찍는다면 최고의 순간이 펼쳐질 수 있는 카메라이다.

 

개인적으로 소니나 파나소닉의 바디성능에 이 포베온 센서가 들어간다면 캐논이든 니콘이든 전혀 상대가 되지않을 괴물이 탄생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럴일은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듯, 그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바디가 나온다면 디지털 사진의 판도를  한방에 엎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최신기능에 집착하기도 하지만.. 역시 아날로그의 감성이 좋다. 느림의 미학도 좋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분명 시그마 DP 시리즈는 큰 만족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