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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즐거움/기억을 걷는 시간

감동의 한화이글스



부산과 서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보내고 있는 내가 응원하는 팀은 롯데자이언츠도, LG트윈스도, 두산베어스도 아닌 다름아닌 한화 이글스이다. 한화 이글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사실 92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도 그때가 내가 야구를 처음 보게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벌써 20년이나 흘렀구나. 세월은 정말로 엄청나게 빠른 것 같다.

그때는 빙그레 이글스였다. 장종훈 선수는 나의 영웅이었고, 정민철 선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다. 그 외에도 이정훈, 이강돈, 강석천, 구대성, 송진우 등등 빙그레 이글스는 그야말로 아주 화끈한 공격을 선보이는 그러한 팀이었다. 허나 모기업이 한화로 넘어간 이후에 한화 이글스로 바뀌었고, 군대 및 여타문제로 야구를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야구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였고 곧 다시 야구를 보게 된다.

'2년연속 꼴찌와 최약체로 분류된 2011년'

한화 이글스는 근 몇 년간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하였다. 1차지명 및 2차1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이 유망주에서 그치거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모두 이탈되었다. 이 와중에 류현진이라는 선동열급 초 대형 투수를 뽑게 되기도 했지만, 그 외에 성장을 이룬 선수들이 없었다. 또한 모기업에서도 지원이 빈약해 FA로도 선수들을 보충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전력의 약화를 만들었으며 결국 2년 연속 최약체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2011년, 한화 이글스는 모든 전문가들로 부터 넥센과 함께 꼴찌를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평가를 받았고, 거기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분명 한화는 전력상으로 최약체임에 분명했다. 장성호의 부상, 소프트뱅크에서 돌아온 이범호의 기아 이적, 류현진 외에는 믿을만한 투수가 전무한 한화는 다른 팀 전력의 2/3에도 못미치는 전력임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이는 곧바로 나타났다. 4월개막과 함께 한화는 다른 팀들의 먹잇감이 되어서 6승 16패라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는 고민했다. '야구를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 '이참에 롯데로 갈아탈까..' 등등.

하지만 나는 야구를 놓지 못했고 한화라는 팀을 놓지 못했다. 이것은 나의 가슴속에 추억하고 있는 선수들이 도저히 한화라는 팀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한화에는 아직도 코치 및 전력분석원이라는 타이틀로 빙그레 이글스의 내 추억의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이글스와 희노애락을 함께한 20년은 도저히 저버릴 수 없는 시간이다.

이러한 한화가 지금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5월 들어서 12승11패, 5할을 살짝넘는 승률이지만, 매 경기마다 역전승을 일구어내며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말 드라마 같은 반전.. 과연 어떠한 것들이 이글스의 경기를 이토록 가슴벅차도록 만들고 있는가?

'야왕이라 불리우는 한대화 감독'


한대화 감독은 현재 네티즌들로부터 야왕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야구의 왕' 이라는 뜻인데, 최약체로 분류된 선수들로 아무 지원없이 엄청난 경기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최근에는 '세종대화', '광개토대화' 등등의 별명까지 붙여가며 한대화 감독을 칭송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좋아하는 감독이다. 한대화 감독의 리더쉽은 바로 '선수들을 믿는 것' 이다. 물론 이러한 리더쉽을 가진 감독은 많다. 김경문 감독도 그러하고.. 김시진 감독도 그러하고.. 하지만 뭔가 좀 틀리다. 한대화 감독은 '진심' 이 보인다. 성적이 아니라 선수들이 즐겁게 플레이하고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그러한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이 어이없는 플레이를 할 때엔 덕아웃 뒷문쪽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곤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야구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한대화 감독의 인간미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야구를 20년 동안 보면서 참 많은 감독을 보았는데, 이토록 진정성이 느껴지는 야구를 하는 감독은 사실 처음이다.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야구를 하고 있다.

'류현진과 아이들?'


류현진은 누가 뭐라해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이다. 우완,좌완 가릴 것 없이 류현진은 독보적인 존재인 것이다. 데뷔 첫해부터 거의 몬스터급의 활약을 보여주며 투수3관왕과 MVP를 휩쓸더니 작년까지 통산방어율 2점 초반대의 방어율과 최고의 이닝이터로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의 직구와 서클 체인지업, 커브 등은 명품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사실 지난 2년동안 한화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5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에서 류현진승->패->패->패->패->류현진 승.. 이런 싸이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올해도 사람들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류현진과 아이들.. 하지만 이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류현진이 오히려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던 이들이 포텐이 터진 것이다. 엄청난 위력으로 직구를 뿌려대고 있는 김혁민을 비롯하여, 양훈, 장민제, 안승민 등이 선발로써 5이닝을 기본으로 책임져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정진까지 가세해 다른팀에 뒤지지 않는 투수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글스의 야구는 사람 냄새가 난다'


한화 이글스의 선수들은 거의 외인구단 수준이다.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접을 뻔한 위기가 있었기도 했고, 타팀에서 만년백업멤버로 있던 선수도 있고, 오랜 부상의 늪에서 빠져있다 이적한 선수도 있고, 류현진을 제외하면 한화이글스의 주전멤버들은 스타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장성호라는 슈퍼스타가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기아 타이거즈에서 조범현 감독과 마찰을 빚어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다 한화에 이적된 케이스이다. 이들이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파이팅은 엄청나다. 만년 2위이하였던 이들이 다른팀들의 슈퍼스타들과 맞붙어서 최고의 경기력으로 한경기 한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5월 27일 두산대첩'

믿을 수 없는 감동적인 경기가 어제 바로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졋다. 상대는 시즌 전 최강전력으로 평가받던 두산 베어즈. 물론 최근 침체기이긴 하지만,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을 보유한 두산은 국가대표급 타선을 가진 팀이다. 전력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팀이기도 하고, 어제 경기는 야구란 이런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역전과 재역전 그리고 역전 그리고 9회 역전 결승타 까지.. 4시간 23분 동안의 혈투는 나의 가슴을 뒤 흔들었다. 이글스가 두산베어스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비록 실력은 떨어지지만, 선수들은 동료들을 믿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두산에서 이적한 정원석, 이대수는 적시타와 홈런을 치며 팀을 도왔고, 상대팀의 백업멤버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오선진, 전현태 등의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야구를 했다. 그 집념이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내게도 전해져 왔다.

요즘 한화 경기를 보면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포기하는 경기 , 쉽게 내주는 경기는 없고 매 게임이 사력을 다해 펼쳐지고 있다. 선수들은 집중하고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물론 아직 5월이고 시즌은 초반이다. 비록 이글스가 꼴찌를 하든 나는 자랑스러운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 인생도 집중하고 집중하고 또 집중하다보면 멋진 드라마가 연출되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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