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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즐거움/기억을 걷는 시간

버리러 가기 전


나에게 거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물건.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안보이는 곳에 깊숙이 넣어두었었다.

멀리서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일 수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지랄맞은 청승의 끝을 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던 마지막 끈을 놓기로 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그냥 그렇게 놓아버리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맥주한잔 들이키면서 털어버리기로 한다. 아름답기만 했던 추억이 분리수거장으로 들어가고, 누군가 헤집어 놓고 태우거나 혹은 찢어버리거나 하는 것들을 상상하며.

이제 돌아가자. 다시 돌아가자. 원래 처음으로. 우리가 스쳐지나가지도 못했을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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