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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즐거움/여행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Radiohead 와 함께한 최고의 밤

예전에 무슨 책이 있었죠? 죽기전에 하지 않으면 안될일 50가지인가 100가지인가.. 오래전 그 책을 읽었을 때 5번째인가 6번째로 적어놓은 목록이 있었습니다. 'Radiohead 공연보기' 라고 말이죠.

 

그러나 유독 인연이 안되었던지 영국에 공부하러 가 있을 동안에도 라디오헤드의 공연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옆집나라 일본에서 하는 공연은 일하느라 스케줄 낼 수 가 없었죠.

 

그래서 사실 영국에서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가 설 떄쯤에 영국에 가서 보려고 잠정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들려온 라디오헤드의 공연소식.

 

OMG.지저스크라이스트,아리가또.

 

그렇죠. 이건 무조건 가야하는겁니다.

 

 

 

 

라디오헤드의 티켓을 끊어놓고 저는 마치 중학교 때로 돌아간 듯 합니다.

왜 그 중학교 때 미팅이 잡히면 걷잡을 수 없이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그런 느낌 있죠.

 

참 아주아주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이기분.

 

예전 직장이 있던 분당정자동 근처도 지나고

 

 

 

'왜 라디오헤드인가?'

 

 

라디오헤드하면 사실 CREEP 이라는 노래로 너무나 유명합니다. 이 노래로 인해 한국에 라디오헤드라는 밴드가 알려지게 되었죠. 아마도 '중경삼림' 이라는 홍콩의 무비가 대유행했을 당시에 OST에 삽입이 되었던 노래일 겁니다.

 

하지만 CREEP으로는 라디오헤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마치 만리장성의 입구만 보고 와서 만리장성 최고. 라는 느낌일까요. CREEP은 단지 라디오헤드의 풋풋한 시작이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높아 다가갈수 없어 나는 바보니까' 로 대변할 수 있는 회색빛의 철학적 자조는 지금 회상해도 멋지지만 지금의 라디오헤드가 뱉어내는 전 우주적인 내면의 철학에 비해 가볍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REEP의 가사는 멋집니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라디오헤드니까요.

 

 

내가 음악을 시작했던 이유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놓고싶은 이유도 전부 라디오헤드입니다. 수만곡의 음악을 들어왔지만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울리는 음악은 저에게는 라디오헤드가 유일했습니다.

 

음악을 듣다 쾌락과 눈물과 자학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라디오헤드의 음악입니다.

 

자 그런 라디오헤드가.. 한국에 왔습니다.

 

 

'라디오헤드 IN 지산'

 

많은 사람들이 찾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지산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도 아니고 서울에서 이천가는 80km 구간에 장장 3시간 반이 걸렸으니.. (올때도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반...)

 

그래도 속으로는 기뻣습니다. 아. 라디오헤드를 반겨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또한 왠지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기분은 오랜시간이 걸렸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더군요.

 

 

 

 

 

 

 

'라디오 헤드, 기다리다.'

 

너무나 많은 인파들. 난리통에 북새통으로는 표현하기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 엄청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산 메인스테이지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2만명은 가뿐히 넘어보였습니다.

 

공연 시작되기 한시간 전부터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고, 공연시작 할 때쯤에는 서있기도 힘들정도였습니다.

 

무대 셋팅 중

 

공연 한시간전 무대 앞쪽

 

공연 한시간 전 무대 뒷쪽

 

펜스를 넘나드는(?) 사람들

 

핀이 잘..못 맞은(?)

 

과도한 시큐리티 정책은 옥의 티

 

텐트 쪽방촌

 

Max!

 


 

'Radiohead. 지산의 밤하늘을 수놓다'

 

 

 

공연 셋 리스트

 

1.NORMALl INTRO MUSIC

2.LOTUS FLOWER

3.BLOOM

4.15 STEP

5.ARPEGGI

6.KID A

7.MAGPIE

8.THE GLOAMING

9.SEPARATOR

10.PYRAMID SONG

11.NUDE

12.IDENTIKIT

13.I MIGHT BE WRONG

14.THERE THERE

15.KARMA POLICE

16.MYXOMATOSIS

17.FERAL

18.IDIOTEQUE

19.GIVE UP THE GHOST

20.HOW To DISAPPEAR COMPLETELY

21.TALK SHOW HOST

22.NATIONAL ANTHEM

23.PLANET TELEX

24.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25.RECKONER

26.PARANOID ANDROID

 

 

 

비록 아쉽게도 앞자리에 서지는 못해서 멤버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몸짓과 소리로 온몸으로 라디오헤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OK COMPUTER이전의 곡들보다 그 이후의 후기 라디오헤드 사운드의 곡들이 위주였으나 라디오헤드를 느끼기에 충분한 선곡이었습니다. 몇 몇 OK COMPUTER 곡들에서는 떼창도 들을 수가 있었죠. 'Karma police' , 'Exit Music' 은 역시 15년 가까이 되었지만 엄청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의 앵콜을 거친 마지막 곡은 'Paranoid Android' . 이 곡은 저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친 멜로디입니다. 곡의 구성이나 전개, 비트, 멜로디들, 그리고 음향적, 비쥬얼적 요소들은 너무나 감각적이면서도 슬픕니다.

 

너무나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라디오헤드라는 밴드가 내 생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끼게 만들어준 절대 잊지못할 최고의 공연.

 

저에게 잊지못할 최고의 밤을 만들어준 라디오헤드의 지산 공연.

 

꼭 한번 더 볼 수 있을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Thank you Radio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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